[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내기 좋은 책이다. 개인 일상 블로그를 책으로 엮은 잔잔한 느낌의 책이다.
요즘은 '나를 챙기고 보살피는 것'과 '일상의 소중함과 작은 것들이 가지는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좋다.
최소 취향을 만든 10가지 생각의 토대
1. 물건개수와 정리정돈에 초점을 맞춘 미니멀라이프 관련 책이 더이상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할 때,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는 큰 울림을 주었다. 소유물(사회적 지위, 재산 등)과 자신을 동일하게 여기는 현대인의 좌절을 깊이 사유할 수 있다.
2. 앞으로 계속 가져갈 자신만의 생활 철학을 만든다. 나는 '적게 가지고 바르게 생활하기'다. 가훈이나 신조 삼아서 되새길 법한 것이 좋다. 돈을 낭비하는 타입이라면 '빚을 지지 않는다. 못갚아' 같은 실질적인 것은 어떨까.
3. '적게 갖기'를 나의 통장 잔고와 현 상황에 맞춰 정의한다. 예컨데 나에게 있어 현실적인 취소 취향이란 삶의 질을 커다란 집, 멋진 물건, 호화 여행에 두지 않는 삶이다. 잘 자고, 질 좋은 음식을 먹고, 깨끗하게 관리된 옷을 오래 입으며, 늘 책을 읽고 어쩌다 적당한 가격의 좌석에서 보는 공연으로 충분히 만족하는 최소 수준의 우아함이다.
4. 무절제한 생활을 버린다. 내키는 대로 먹고 아무 때나 자고 관리되지 않은 몸으로 살아가기엔 앞으로 남은 시간이 아깝다. 사람은 언제든 죽을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나를 존중하는 방법은 건강한 몸과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과정이다.
5. 언뜻 저자극, 따분해 보이는 삶이 평안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은 감당할 수 있는 일 이상으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고, 애초에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챙기는 의식 몇가지를 마련해 둔다. 아침 요가, 명당, 산책..,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운동으로 몸을 돌보면 마음 역시 보살 필 수 있다.
6. 돈은 숫자다. 숫자는 관리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객관화시킬 수 있다. 수입을 계획된 예산 안에서 쓰는 것. 숫자로 미래를 예측해 불안을 줄인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지만, 가끔 기계처럼 사고하면 군더더기 감정에 덜 휘둘린다.
7. 내 손으로 해내는 일을 늘려간다. 직접적인 생존과 관련된 생활의 기술 - 집수리하는 법, 요리, 물건만들기 - 같은 나의 맨손 능력 범위를 넓혀간다. 내 한몸쯤은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실질적인 기술 연마에서 얻는다.
8. 시간을 만든다.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는 핑계는 그 일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말에 불과하다. 나는 텔레비전을 없앴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시간에 긴호흡으로 지적 호기심을 탐구하고 있다.
9. 나는 잘나지 않았다. 못나지도 않았다. 모든 인간관계의 불행은 출구 없는 나르시시즘, 자기애에서 출발한다.
10.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내게 소중한 일과를 설계하고 열심히 임한다. 풍부한 경험과 감정으로 채워진 하루에 만족한다.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는 운명에 맡기고 항상 성장하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낸다. 최선을 다해 완전하게 산다는 것은 자기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의 생각을 빌려왔지만, 내가 만든 최소 취향의 결론을 디보다 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
헤르만 헤세는 산문집 [밤의 사색] 중 [외로운 밤]에서 "고통을 잘 살아내는 것이 인생 전체이다. 고통에서 힘이 생기고, 통증에서 건강이 생긴다. 갑자기 쓰러져 허망하게 죽는 사람들은 언제나 건강한 사람들이다. 고통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을 사람을 끈질기게 하고, 고통이 사람을 강철로 단련한다"라고 말한다. 삶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최대한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살고자 한다고. 고통을 피하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낭비로 가득한 인생 전반기를 보냈고 중반기에 들어선 지금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기에 앞으로도 한동안 부자유 속에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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