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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생활

학교본선탈락- 재외동포어린이한국어그림일기대회응시

by Just J.S. 2020. 8. 12.

 

 

 

 

내 아이는 필리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유치원 때 아이가 의사소통이 편한 언어가 자연스레 영어가 되어, 국어 공부를 위해 한국 국제 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1년 일찍 학교를 들어갔고, 남자 아이다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많이 뒤처지는 그룹의 아이였다. 

3학년 때 학부모 상담 시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보통 필리핀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과 한국에서 온 아이들과의 학업 격차가 벌어지는 편인데, 우리 반 아이들의 경우 그 격차가 굉장히 큰 편이라고 하셨다. 초등학생 때는 놀려야 잘 큰다고 생각하고 키웠지만 공부 좀 시켜야 한다는 말씀에 마음이 오그라 들어 상담한 날 한국에 우공비라는 문제집을 주문한 기억이 난다. 

4학년 때 한국에서 새로이 전학을 온 친구들은 덩치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말도 유창했다. 어리숙하고 순박한 시골 촌놈이 멋쟁이 서울 전학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아이는 멋져 보이는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었지만, 1살 어리다는 이유로 놀림도 받고 끼지 못하는 설움도 많이 당한 것 같다. 잘 놀다가도 가끔 아이들과 말다툼을 했는데, 아이는 한국말이 서툴러 세련된 전학생들의 속사포 같은 공격에 늘 말대답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마음이 아팠지만 성장통이려니, 그것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겠지 하며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대신 아이와 책을 열심히 읽었다. 매일매일 책을 읽는 연습을 시켰고 다행히 아이는 책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성장했다.

지금 아이는 5학년이 되었다. 재외동포어린이한국어그림일기 대회 기회가 있어, 아이에게 도전해보자고 했다. 비록 학교 예선만 통과하고 한국으로 제출되는 본선에서 탈락했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일기를 통해 내 아이가 많이 성장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독서를 통해, 그리고 친구들과의 학교생활을 통해 아이의 국어 실력은 어느 순간부터 쑥쑥 자라났다. 예전에는 국어 실력이 모자라 문제 자체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제는 혼자 문제집을 풀어가며 시험을 대비할 정도로 이해력이 늘었다. 아이는 1학기 기말고사에 국수사과 모두 90점이 넘는 정말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나에게 가져왔다. 독서의 놀라운 효과를 경험했고 아이의 국어 이해 수준이 학교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침을 깨닫는다. 내 아이가 살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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