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메트로 마닐라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3월부터 ECQ(강화된 지역 격리 조치) - MECQ(완화된 ECQ) - GCQ(일반 지역 격리조치) - MECQ(8월 4일부터 시행)를 시행하고 있다. 통금시간이 생기고,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사업장 종류별로 운영 여부가 결정되었다. 이 조치의 시행으로 특히 21세 이하, 60세 이상은 거의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1살 아들은 한 때 축구선수가 꿈일 정도로 공부보다는 농구와 축구 등 운동을 열심히 했고, 학교에서도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체육관에서 쾌쾌한 냄새가 날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놀다 오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좁은 집에 거의 5개월째 갇혀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3월 온라인 수업이라도 시작을 하여, 노트북 그 작은 화면을 통해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어서 그런지 온라인 수업시간에 어찌나 큰소리고 대답하고 오버해서 이야기하는 지.. 거실에 있는 나도 같이 수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도 방에서 껄껄 껄껄 웃음소리가 날 때면 그 순간 같이 피식 웃게 되고 마음이 좋아진다.
아이가 세상을 만나는 창구가 컴퓨터 모니터가 된 이 안타까운 현실 앞에 어느날 아이 아빠는 열심히 다양한 풍뎅이, 톱밥, 애벌레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아이에게 집을 만들고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또 어느 날은 달팽이와 엄청 작은 새우, 물풀, 물고기 등을 주문해서 아이와 함께 어항을 꾸미고.. 아이에게 어항을 쳐다보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기 위해 명상을 가르친다.. 그리고 최근에는 본인이 아끼며 상자 안에 보관해 오던 건담 시리즈를 아들에게 나눠주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건담이라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아빠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아침에 아들 책상을 살펴보다가 사진 속 아들의 고민을 엿보게 되었다. 국어시간에 진행되었던 내용 같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나가서 운동을 못해 살이 계속 찐다. 많이 안 먹으면 배가 깜짝 놀라 안 먹을 수가 없다' 이 메모를 보는 순간 천진난만한 아이의 언어로 표현된 코로나 고민에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정말 '확찐자'가 되어가는 아들의 배를 보며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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