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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북리뷰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작가

by Just J.S. 2020. 8. 5.

사진출처: http://www.yes24.com/Product/Goods/65495595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여자로 태어난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생명이 내 뱃속에서 자라고, 9개월간 한 몸으로 교감하며 품은 시간들, 커다란 생명체가 몸속에서 쑤~욱~ 빠져나가면서 듣게 된 내 아이의 울음소리와 처음 본 아이 얼굴을 마주하게 된 그 낯선 순간, 그리고 젖을 물릴 때면 한 생명체가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고 내가 생명의 원천이 되게 해주는 경험들..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벅찬 감동의 순간들이다.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평범해 보이는 엄마와 딸이 함께 보낸 시간들을 위트 있게, 감동적인 순간들을 잘 포착해서 그려내었다. 만화로 표현된 엄마 '복희'님과 딸 '슬아'님의 캐릭터가 너무나 생동감 있게 살아 있어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모녀의 친구 같은 우정과 가족의 사랑에 독자도 함께 행복해지고 함께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포장하지 않고 그려낸 삶에는 진실성이 녹아 있고, 주어진 현실과 고단한 삶을..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낸 그녀들에게는.. 존재 자체로 깊이 있는 울림이 있다.   



「어린 슬아: 엄마 고난이 무슨말이야? 


복희: 음.. 너무너무 힘든걸 말하는 거야


어린 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무슨 뜻이야?

복희: 뭔가 어려운데도 지지않고 계속할 때 쓰는 말이야」



「슬아: 나 다음달부터 새로운 일로 돈을 벌어야 해

 복희: 무슨일?

 슬아: 누드모델...

 복희:... 무엇을 준비해야 해?

 슬아: 무대에 서기전에 걸치는 가운이 필요해

 복희: 알몸이 되기 전에 네가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해

슬아의 속말 : 갑자기 이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혼자 한참을 생각하다가 옆에 앉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가 바라는 건 뭐야? 돈의 제약이 없다면 하고 싶은 거"

엄마는 한참을 생각했다. 너무 뜸을 들여서 내가 하품을 하려고 입을 벌릴 때쯤 그녀가 대답했다.

"언젠가 독립하고 싶어. 이 가정으로부터, " 그 말을 하는 사이 엄마의 코가 빨개지더니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엄마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아직 몰랐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돌아가신 나의 엄마를 계속 떠올렸다. 나와 엄마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었고, 어릴 적 엄마의 꿈과 열심히 살아내었던 인생에 대해.. 그리고 나에게 남겨주신 엄마의 흔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과연 나는 '복희'님처럼 내 아이의 결정을 온전히 지지해주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나의 아이는 나를 '영원한 내편'으로 믿고 어려움을 겪었을 때 그 믿음으로 힘을 얻어 잘 일어설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나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 사이의 간극과 고민 속에 있는 '복희'님에 나를 대입해 보며 그녀의 마음에 공감하기도 했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해서 늘 함께 있을 것 같은 '엄마'의 부재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비 속에 우산 없이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참 많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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