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삶을 살아갈 때 위로가 필요하다.
친구, 가족, 동료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을 수 도 있겠지만, 가끔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아 공감대 형성이 어렵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그들에게는 관심없는 주제로 '들어줘야 하는 노력'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그들을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면 책을 꺼내 읽는다. 어지러운 생각이 들 때면 책의 문장을 억지로라도 한줄 한줄 읽어 그 힘든 생각을 밀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읽다보면 어느새 나는 책에 빠져들게 되고, 책속에서 나에게 위로가 되는 문장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된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봐.. 다른 사람도 나처럼 힘들고..슬럼프에 빠지고..인생이 원하는대로 살아지지 않는가봐..' '이 글을 봐봐..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묵묵히 견뎌내고 버티어 내잖아.. 저렇게 자기를 이겨내고 꿈을 향해 한발한발 딛어나가잖아..' '괜찮을꺼야.. 괜찮아질꺼야.. 너의 힘듦과 고민들이 덜 버거울 때가 올꺼야..' 라고 내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었다' 글배우님의 책도 어느날 마음이 허무해 질 때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고 나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네 준 책이다.
그 중 내가 가장 위로를 받은 글 한꼭지를 적고 싶다.
지금 내가 너무 늦은 것 같다면
온몸에 문신한 아주머니께서 상담소에 오셨습니다.
40세까지는 주부로 살았어요. 그냥 살았어요. 집안일을 하고 그냥 주어진 일을 하고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막둥이가 유치원에서 씨앗을 가져와 마당에 심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러라고 했지만 속으로 생각했어요. 꽃이 안필텐데, 왜냐면 저희 마당이 작고 그렇게 좋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설거지를 하는데 벌이 마당에 엄청 많이 모여있는 거에요. 뭔가해서 나가봤더니 꽃이....피어있더라구요.
그걸 보는데 눈물이 갑자기 엄청났어요. 그리고 이런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는 내인생에 꽃이 피지 않을까 두려워 내가 좋아하는 씨앗조차 심지 않았구나. 그냥 메마른 땅으로 살았구나. 그 후로 저는 제가 좋아하는 씨앗이 뭔지 찾았어요. 물론 주부다 보니 돈과 시간이 없죠.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달에 한번 돈과 시간을 모아 새로운걸 해봤어요. 돈과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 다 거짓말이에요. 없는 사람은 없거든요. 적은거지. 적은만큼 해보면 될텐데..
어쨌든 저는 그렇게 45세가 되던 해 미술을 찾았어요. 그림을 그리는데 행복하더라고요. 계속 생각나고. 그러다 48세에 새로운 재능을 알게되었어요. 아. 내가 본거를 똑같이 그리는 재능이 있구나. 그리고 지금 저는 타투이스트예요. 직원도 8명이나 되고요. 저는 알았어요. 꽃이 피든 안피든 씨앗을 심는 동안 즐거우면 그 자체로 완성된 삶이구나. 왜냐면 저는 그 8년이란 시간이 정말 행복했거든요.
아. 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께요. 가끔 보면 저보다도 어린 사람들이 자꾸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너무 늦었어요. 저는 너무 늦었어요.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 도대체 뭐가 늦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나보다도 어리면서, 행복에는 늦은 게 없는데. 출발선에서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내모습만 있을 뿐
이글을 읽는데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는 사실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의 마흔.. 내 인생에 꽃이 피지 않을까봐.. 매일 매일 씨앗을 심고 있지만.. 싹을 틔우지도 못할까봐..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이 올까봐.. 씨앗을 심는 일조차 포기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울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이 피지 않아도.. 나만이라도.. 내가 매일 매일 씨앗을 심고, 정성스레 물을 주고, 싹을 틔우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점을 기억해주고 칭찬해줘야겠다.. 이 글처럼 꽃이피든 안피든 씨앗을 심는동안 의미가 있으면.. 그 모든 순간 자체로 완성된 삶일꺼라고..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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