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버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이슬아 작가의 세바시 글쓰기 강연을 듣게 되었다. 저음의 목소리로 조금은 수줍은 모습으로 글쓰기 강연을 했는데 그 짧은 15분이란 시간에 글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직업이 작가라고 하는 데 어떤 글을 썼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심신단련]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해외에 사는지라 e-book 으로 책을 접했고, 새벽에 일어나 책을 편 순간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내리 한 번에 읽게 되었다. 그만큼 이 책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강하고, 글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햇살이 강한 뜨거운 여름날 오후, 숲 속 폭포수 근처 개울가에 앉아 다리를 담글 때 느끼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글 속의 인물들은 졸졸 흐르는 물을 머금고 뜨거운 햇빛에 반짝이는 색색깔의 둥근 조약돌처럼 윤이 나고 빛이 난다. 그녀의 글은 가공된 세련됨보다는 날것의 거친 매력이 있다.
특히 대안학교 여자기숙사 편과 숙선생님의 추억 편은 읽는 내내 즐거워 웃음을 머금고 보게 되고 어느 순간 깔깔깔 웃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따뜻한 인간미와 깊이가 느껴질 때면 코끝이 찡해진다. 한국의 전형적인 정규 교육을 받은 독자로, 아침부터 밤 11시 야간 자율학습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매일 그 하얀 벽의 사각형 교실에서 단지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책과 씨름하며 친구들과의 경쟁을 강요당하던 나의 학창 시절이 안쓰러웠다. 감수성이 강한 시기 남들과 다른 대안학교에서의 경험과 생각들은 그녀의 글을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만든 기반이 되어준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담담히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노브라, 담배, 섹스, 누드모델, 밥벌이로서 글쓰기, 가난한 부모, 고단한 삶을 툭~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녀가 꺼내 놓은 이야기들로..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게 살아내지 못하는 나는 그녀의 '자유로움' '당당함' '용기'를 대리 만족한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시선을 보내고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그녀의 단단함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심신단련]을 읽으면서 나보다 10년 넘게 어린 그녀에게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배웠고, 이슬아 작가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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