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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생활

장수풍뎅이 사랑이야기

by Just J.S. 2020. 8. 16.

 

 

아들이 그린 그림

 

 

심심함에 지친 아들이 그린 그림이다. 아들은 여러 종류의 애벌레와 장수풍뎅이들을 키우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서 먹이 주는 법, 집 만드는 법, 짝짓기 시키는 법 등을 열심히 보고 배워 장수풍뎅이들의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있다. 맨날 옆에서 쫑알쫑알 유명한 장수풍뎅이들의 이름과 특징 등을 읊어대고 있지만, 정말 왼쪽 귀로 흘러들어 왔다가 오른쪽 귀로 싸~악 빠져나간다. 종종 풍뎅이들을 꺼내서 보여주지만 내게는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아들이 그린 그림은 내 맘에 쏙~ 든다. 특히 각 그림마다 붙인 그림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헤라클래스-선택-사랑-짝짓기' 장수풍뎅이를 그렸는데, '인간-선택-사랑-짝짓기' 우리들 인간사를 그린 것 같다.

아들은 한번씩 나에게 장수풍뎅이의 짝짓기 과정에 대해 설명을 했다. 여자 풍뎅이가 남자 풍뎅이에 비해 너무 작아 짝짓기의 과정에서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남자 풍뎅이의 뿔을 묶어 놓은 상태로 짝짓기를 시킨다던지.. 어떻게 해야 짝짓기가 쉽게 이루어진다던지.. 나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혼자 민망해서 살짝 도망가고 싶어 지기도 한다. 아들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 고민이 되었었는데, 아들은 이미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그림을 보면 아이가 필리핀에서 자란게 확실히 보인다. 아이에게 익숙한 나무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코코넛 트리이다. 나는 한번도 나무를 저렇게 그려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지만, 아들 학교에 전시된 학생들의 그림 작품에는 코코넛 트리가 자주 등장한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아들이 현재 주어진 이 환경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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